귀로이야기 목록장한솔전: 아이들의 죽음

엄마는 늦지 않았다

장한솔전: 아이들의 죽음 · 5화

녹음 속 한솔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멀리서 총성과 비명이 겹쳐 들렸다.

“하윤아, 엄마 봐.”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났다.

“무서워.”

“알아. 엄마가 미안해.”

한솔은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했다.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

지우가 울면서 대답했다.

“안 늦었어.”

짧은 충격음이 들렸다.

녹음기가 바닥에 떨어진 듯 소리가 멀어졌다.

한솔의 목소리도 희미해졌다.

“둘 다 눈 감아.”

“엄마는?”

“엄마가 안고 있을게.”

녹음은 그곳에서 끝났다.

세미는 같은 파일을 수십 번 들었다.

언니는 아이들을 버리지 않았다.

출구를 등지고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도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러나 한솔에게는 그 기억이 없었다.

한솔의 기억은 아이들과 떨어진 순간에 멈춰 있었다.

전화 한 통을 받기 위해 휴게실을 나간 자신.

사람들에게 밀려 아이들에게 가지 못한 자신.

엄마를 기다리다 죽은 아이들.

한솔은 존재하지 않았던 마지막을 믿으며 죽은 뒤에도 집과 백화점을 오갔다.

아이들이 없는 방에 밥을 차렸다.

아이들이 없는 현관에서 신발을 정리했다.

오후 3시 17분마다 백화점으로 가서 두 아이를 찾아 헤맸다.

세미는 녹음기를 들고 한솔의 집으로 갔다.

식탁에는 세 그릇의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의자 하나가 천천히 뒤로 밀렸다.

한솔이 부엌에서 나왔다.

그녀는 세미를 보지 않았다.

식탁 건너편의 빈 의자 두 개를 바라보았다.

지우와 하윤이 그곳에 앉아 있다고 믿는 얼굴이었다.

세미는 녹음기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지우야, 엄마 왔어.”

한솔의 몸이 멈췄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녹음이 이어졌다.

“안 늦었어.”

지우의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아이들 방문이 열렸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솔은 문 앞에 서서 빈 침대 두 개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아이들이 집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한솔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아이들을 잡고 있다고 믿었던 두 손은 비어 있었다.

은빛 손목시계가 식탁 위에서 짧게 울렸다.

멈춰 있던 초침이 한 칸 움직였다.

3시 17분 1초.

한솔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발밑에서 백화점의 대리석 바닥이 번지기 시작했다. 식탁은 창가 테이블로 변했고, 벽지 위로 가족휴게실의 유리문이 겹쳐졌다.

한솔의 집과 사건 현장이 하나의 공간처럼 포개졌다.

그녀는 다시 19초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미는 녹음기를 움켜쥐었다.

“언니가 아이들에게 간 건 알았어.”

하지만 녹음 속에는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까지 담기지 않았다.

한솔이 두 아이와 함께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했다.

언니가 알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을 원망했는지.

마지막 순간 무서워했는지.

자신이 조금만 일찍 돌아갔다면 살릴 수 있었는지.

그날 밤, 문재호는 세미에게 한 장의 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경찰에도 제출하지 않았던 그의 자필 진술서가 들어 있었다.

재호는 사건 이후 매일 기억나는 것을 한 줄씩 적어왔다.

가장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아이들은 장한솔 씨가 오자 울음을 멈췄다.

그 아래에는 더욱 짧은 문장이 있었다.

두 아이는 마지막까지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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