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이야기 목록장한솔전: 아이들의 죽음

길 잃은 분노

장한솔전: 아이들의 죽음 · 4화

경찰이 보관한 영상은 온전하지 않았다.

총격이 시작된 뒤 화면이 수차례 흔들렸고, 먼지와 사람들 때문에 가족휴게실 내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세미는 언니를 알아봤다.

회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한솔이 유리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지우와 하윤이 테이블 아래에 있었다.

한솔은 아이들을 향해 달렸다.

영상은 그 순간부터 끊겼다.

정확히 19초 뒤 다시 시작되었다.

재생이 이어졌을 때 휴게실에는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한솔은 바닥에 쓰러진 채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재호가 가리킨 것은 그 뒤였다.

한솔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던 지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카메라가 아닌 허공을 바라봤다.

하윤도 언니를 따라 같은 곳을 보았다.

두 아이는 한동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한솔의 모습이 희미하게 겹쳐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한솔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아이들 앞에 서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보지 않았다.

아이들만 바라봤다.

몇 초 뒤 영상이 완전히 끊겼다.

“언니는 자신이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세미가 말했다.

재호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영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한솔은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범인들이 남긴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자신들이 받은 부당한 대우가 길게 적혀 있었다.

희생자에 대한 사과는 한 문장도 없었다.

두 아이를 죽였다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 진행자는 범인들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그들 역시 사회의 희생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는 텔레비전 화면을 향해 리모컨을 던졌다.

액정이 깨졌다.

“그럼 우리 애들은 누구의 희생자인데?”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한솔의 집에서 처음으로 큰 소리가 났다.

벽에 걸린 액자가 모두 떨어졌다.

부엌의 그릇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아이들 방 창문이 열리며 책과 공책이 거실까지 날아왔다.

세미는 현관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거실 한가운데 한솔이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 전체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깨진 텔레비전에서는 범인들의 사진이 반복해서 나왔다.

한솔은 화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이 액정을 통과했다.

잡을 수도, 때릴 수도, 죽일 수도 없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는 어떤 벌도 줄 수 없었다.

창문이 더 세게 흔들렸다.

식탁이 바닥을 긁으며 밀렸다.

한솔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입을 벌렸지만 집 안은 완전히 조용했다.

분노는 있었으나 도착할 곳이 없었다.

그날 이후 한솔의 집 벽에는 문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바닥만 한 얼룩이었다.

며칠 뒤 글자처럼 번졌다.

왜.

그 아래에 또 다른 문장이 생겼다.

왜 아이들이었어.

마지막 문장은 현관문 안쪽에서 발견되었다.

죽어서 도망가면 끝이야?

세미는 언니의 분노가 범인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이들을 두고 전화를 받으러 갔던 자신.

마지막까지 일보다 아이들을 먼저 선택하지 못했다고 믿는 자신.

한솔은 죽은 범인들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매일 자신을 벌하고 있었다.

그 무렵 재호에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사건 현장의 미분류 유류품 중 지우의 물건으로 보이는 녹음기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이었다.

기기는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지만 하나의 파일이 남아 있었다.

재생 시간은 19초였다.

재호가 복원된 파일을 틀자 가장 먼저 한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우야, 엄마 왔어.”

그리고 그 뒤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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