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 영상 속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회색 트렌치코트의 허리끈이 바닥에 끌렸다.
여자는 한 손에 검은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다른 손은 누군가의 손을 잡은 것처럼 옆으로 뻗어 있었다.
그러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영상의 시간은 오후 3시 17분이었다.
여자는 3층에서 내렸다.
다시 타지 않았다.
복도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세미는 한솔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다.
언니가 맞았다.
오른쪽 눈썹 위의 작은 흉터와 손등의 점, 아이들을 낳은 뒤 남은 수술 자국까지 모두 일치했다.
한솔의 사망 추정 시각은 사건 당일 오후 3시 17분이었다.
아이들과 같은 시각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도 한솔의 집에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생겼다.
아침이면 욕실 바닥이 젖어 있었다.
아이들 교복이 세탁기 안에서 발견되었다.
냉장고에서는 우유와 달걀이 사라졌다.
매일 저녁 식탁 위에는 세 사람 몫의 밥그릇이 놓였다.
하지만 집 안에서 누군가를 본 사람은 없었다.
같은 층 주민들은 가끔 한솔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숙제를 했느냐고 묻는 목소리.
늦었으니 어서 자라고 재촉하는 목소리.
회사 전화를 받으며 미안하다고 속삭이는 목소리.
아이들의 대답은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세미는 언니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세 사람이 계속 살고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한솔은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했다.
아이들을 깨우고, 밥을 차리고, 빈방에 말을 걸었다.
오후 3시 17분이 되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혼자 돌아왔다.
세미는 언니가 어디에 가는지 알고 싶었다.
사건 발생 49일째 되는 날, 회색 트렌치코트의 여자를 따라 집을 나섰다.
여자는 늦은 밤 영주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지 못했다. 행인들은 몸이 닿을 듯 가까이 지나가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여자는 폐쇄된 세명백화점 앞에서 멈췄다.
건물에는 검은 가림막이 둘러져 있었다.
입구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꽃과 편지가 쌓여 있었다.
여자는 그 앞을 지나 직원용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잠긴 철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세미는 따라 들어가지 못했다.
다음 날, 세미는 사건 당시 백화점 보안팀장이었던 문재호를 찾아갔다.
재호는 총격 당시 사람들을 대피시키다 어깨를 다쳤다. 퇴원한 뒤에도 백화점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고 했다.
세미가 한솔의 사진을 내밀자 재호는 한눈에 알아봤다.
“봤습니다.”
“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세요?”
재호는 한동안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장한솔 씨는 출구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아이들 목소리를 듣고 돌아갔습니다.”
재호는 떨리는 손으로 물잔을 들었다.
“사람들이 다 도망쳐 나오는데, 그분만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이들에게 갔나요?”
재호는 입을 다물었다.
“대답해 주세요.”
“기억이 끊겨 있습니다.”
세미는 웃었다.
“다들 기억이 끊겼다고 하네요. 언니도 마지막을 기억하지 못하고, 생존자도 기억하지 못하고, 카메라도 그 부분만 망가졌어요.”
재호가 고개를 들었다.
“카메라가 망가진 게 아닙니다.”
“그럼요?”
“그 19초 동안 찍힌 것이 너무 이상해서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겁니다.”
재호는 한솔의 사진을 세미에게 돌려주었다.
“영상에서 아이들은 죽은 뒤에도 계속 엄마를 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