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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죽음

장한솔전: 아이들의 죽음 · 6화

재호는 총격 당시 가족휴게실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정신은 잃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그는 테이블 아래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반대편 복도에서 한솔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한솔은 한 번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렸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몸을 숙였지만,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도착한 한솔은 먼저 하윤을 안았다.

지우가 엄마의 코트를 붙잡았다.

한솔은 두 아이를 자신의 몸 아래로 끌어당겼다.

“엄마가 늦었지?”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왔잖아.”

하윤도 한솔의 품 안에서 말했다.

“이제 집에 가자.”

한솔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아이들의 손을 한 손씩 잡았다.

범인이 휴게실 입구에 나타났을 때 한솔은 아이들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렸다.

두 아이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

재호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총성이 아니었다.

하윤의 목소리였다.

“엄마 손 따뜻해.”

세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죽었다.

한솔의 손목시계는 바닥에 부딪혀 오후 3시 17분에 멈췄다.

지우의 녹음기는 테이블 아래로 굴러 들어갔다.

하윤의 노란 병아리 머리핀은 금속 부분과 장식이 서로 다른 곳으로 튕겨 나갔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한솔의 두 손은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굳어 있었다.

재호는 진술서를 쓰면서도 그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했다.

세 사람이 함께 죽었다는 말이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지, 더 큰 고통이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은 한솔에게 다른 죽음을 만들었다.

아이들을 두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죽음.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는 죽음.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며 외롭게 죽었다는 죽음.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그 죽음이 한솔을 이승에 묶고 있었다.

세미와 재호는 사건 발생 백일째 되는 날 한솔의 집을 찾았다.

세미는 식탁 위에 은빛 손목시계를 놓았다.

재호는 그 옆에 자신의 진술서를 펼쳤다.

마지막으로 하윤의 노란 병아리 머리핀을 올려놓았다.

집 안의 불이 꺼졌다.

오후 3시 17분.

한솔이 아이들 방 앞에 나타났다.

회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한솔은 여전히 빈방을 바라봤다.

세미가 녹음기를 재생했다.

“엄마 왔잖아.”

지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집에 가자.”

하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솔은 고개를 들었다.

빈방 안쪽에 작은 그림자 두 개가 생겼다.

처음에는 창문 틈으로 들어온 빛처럼 희미했다.

곧 지우와 하윤의 키만 한 모습이 되었다.

아이들은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문 앞에 서서 한솔을 기다렸다.

한솔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죽인 자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죄를 받지 않았다.

자신들의 죽음으로 책임까지 피해버렸다.

한솔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에게 자신의 남은 시간까지 내어주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한솔이 아이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식탁 위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였다.

3시 17분 2초.

3초.

4초.

한솔은 아이들 앞에 섰다.

지우의 그림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하윤의 머리에서는 노란 병아리 모양의 빛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한솔은 두 아이의 손을 잡았다.

세 그림자는 현관 쪽이 아니라 아이들 방 안쪽으로 걸어갔다.

방 안에는 벽 대신 희고 흐린 길이 열려 있었다.

한솔이 들어가자 먼저 아이들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회색 트렌치코트 자락이 문 너머로 넘어갔다.

시계는 오후 3시 18분을 가리켰다.

세미는 문을 닫지 않았다.

한동안 아이들 방 안에서 세 사람이 걷는 소리가 들렸다.

멀어지는 발소리였다.

한솔의 집에서는 그날 이후 밥이 차려지지 않았다.

젖은 발자국도 생기지 않았다.

오후 3시 17분이 되어도 현관 센서등은 켜지지 않았다.

세미는 가끔 언니가 범인들을 용서했는지 생각했다.

아마 아닐 것이다.

어떤 죽음은 용서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으리라.

사건이 난 백화점은 이듬해 영업을 종료했다.

남겨진 사람들은 사랑했던 이들의 마지막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또 다른 현실의 문제로, 어려움이 소복히 덮여갔다.

하지만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이미 함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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