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이야기 목록박미달전: 집으로 가는 길

찾는 자와 지우려는 자

박미달전: 집으로 가는 길 · 9화

“살리고 싶으면 경찰한테 신고 취소하고 찾지 말라고 해.”

신애는 응급실 문 앞에 선 채 휴대전화를 귀에 붙이고 있었다.

문 너머에서는 의료진의 외침과 기계음이 뒤섞여 들렸다.

“혈압 다시 확인해요!”

“산소포화도 계속 떨어집니다!”

“에피네프린 준비됐어요?”

신애는 문손잡이를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안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출입문 위의 붉은 불빛은 꺼지지 않았고, 간호사는 보호자가 들어오면 처치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이태구가 물었다.

“듣고 있어?”

신애는 떨리는 숨을 억지로 삼켰다.

작은 액정 한쪽에서 녹음 표시가 깜빡이고 있었다.

“약 이름부터 말해.”

“신고 취소부터.”

“그 약이 뭔지 알아야 의사들이 살릴 거 아니야.”

“경찰 옆에 있지?”

신애는 응급실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경찰관 두 명이 서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한 명은 목격자의 진술을 받으러 나갔고, 다른 한 명은 3호차의 차량 번호를 조회하러 이동했다.

복도 끝에는 사복을 입은 형사 한 명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신애와 눈이 마주치자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

전화를 끊지 말라는 신호였다.

“없어.”

신애가 대답했다.

“경찰 다 갔어.”

이태구가 짧게 웃었다.

“거짓말하지 마.”

“니가 약 이름을 안 알려주면 미달이가 죽을 수도 있다며.”

“죽을 수도 있는 게 아니야.”

그가 낮게 말했다.

“그대로 두면 죽어.”

신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미달이한테 뭘 넣었어?”

“경찰한테 먼저 전화해.”

“신고 취소하면 진짜 말할 거야?”

“너 하는 거 봐서.”

응급실 문 너머에서 길고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삐――.

신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곧이어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듬 돌아옵니다!”

“맥박 확인됐어요.”

신애는 벽에 기대 겨우 몸을 지탱했다.

이태구가 물었다.

“죽었어?”

그 목소리에는 걱정이 없었다.

두려움만 있었다.

미달이가 죽었을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살아서 말을 할까 봐 두려운 목소리였다.

신애는 이를 악물었다.

“아직 살아 있어.”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럼 시간 있네.”

“시간 없다고 했잖아.”

“신고부터 취소해.”

“어떻게?”

“경찰한테 착각했다고 말해. 미달이가 자발적으로 일한 거고, 생활관에 갇혀 있던 것도 아니라고.”

“차에서 떨어진 사람을 수십 명이 봤어.”

“넘어졌다고 하면 돼.”

“미달이 몸에 주사 자국이 몇 개인 줄 알아?”

“걔가 원해서 맞은 거야.”

신애는 눈을 감았다.

녹음되고 있었다.

이태구가 직접 말하고 있었다.

미달이가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을.

생활관에 있었다는 사실을.

신고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신애는 최대한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약은 어디서 구했어?”

“지금 나 심문해?”

“의사가 성분을 알아야 해독제를 쓰든 말든 할 거 아니야.”

“해독제 같은 거 없어.”

“그럼 어떻게 살려?”

“신고 취소하면 내가 사람 보내줄게.”

“누구를?”

“약 아는 사람.”

“교육원에 있던 여자?”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신애는 계속 말했다.

“미용기술교육원. 거기서 맞은 거 맞지?”

“미달이가 그 말도 했어?”

“내가 물었잖아. 맞아, 아니야?”

이태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면 충분했다.

복도 끝에 있던 형사가 폴더폰으로 짧은 문자를 보냈다. 잠시 뒤 다른 경찰관 두 명이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신애는 전화를 붙잡고 이태구에게 말했다.

“사람 보내.”

“신고 취소부터.”

“미달이가 죽으면 니가 원하는 말도 못 해.”

“네가 하면 되잖아.”

“내가 뭘 안다고.”

“친구니까 대신 말해. 자발적으로 들어갔다고.”

“그 말 하면 약 알려주는 거지?”

“그래.”

“약속해.”

이태구가 웃었다.

“너도 미달이랑 똑같네.”

“뭐가?”

“약속 같은 걸 아직도 믿는 거.”

전화가 끊겼다.

신애는 한동안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못했다.

통화 종료음이 반복됐다.

뚜.

뚜.

뚜.

복도 끝에 있던 형사가 빠르게 다가왔다.

“녹음됐습니까?”

신애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처음부터 전부요.”

형사는 통화 녹음이 저장됐는지 확인하며 물었다.

“교육원이라는 곳, 정확한 위치 아십니까?”

“미달이가 승차권에 강남 지하 시술소라고만 적었어요. 미용기술교육원이라는 이름은 방금 저 사람이 부정하지 않았고요.”

“3호차는 목격자들이 양현역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등록된 주소는 삼우인력개발 사무실이고요.”

신애가 형사의 소매를 붙잡았다.

“약부터 찾아주세요.”

“수사팀이 삼우인력개발로 출발했습니다.”

“교육원은요?”

“주소 확인 중입니다.”

“확인하는 동안 미달이 죽으면요?”

형사는 대답하지 못했다.

신애는 그의 소매를 놓았다.

형사는 응급실 문을 바라보았다.

“최대한 빨리 찾겠습니다.”

신애는 벽을 따라 주저앉았다.

무릎에 난 상처가 바닥에 닿았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손에는 미달이가 던진 진주행 고속버스 승차권이 들려 있었다.

종이는 땀과 흙에 젖어 구겨져 있었다.

청운생활관.

강남 지하 시술소.

허신애에게.

미달이는 자신에게 길을 남겼다.

신애는 그 길을 찾아왔다.

그런데도 아직 미달이에게 닿지 못한 기분이었다.

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미달이는 혼자 죽음과 싸우고 있었다.

응급실 문이 열렸다.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마스크 위로 드러난 눈이 지쳐 있었다.

신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달이 어떻습니까?”

“일단 심정지는 회복됐습니다.”

신애의 무릎에서 힘이 풀렸다.

의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직 위험합니다. 어떤 약물인지 알 수 없고, 투여량과 투여 시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약물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살 수 있습니까?”

의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외상의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출혈이 있는데 잡고 있어요."

“살 수 있냐고요.”

신애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으로서는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의식은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긴 작은 종이 조각을 보여주었다.

체험 번호 17.

이상 없음.

신애는 종이 조각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은 미달이 이름도 안 불렀어요.”

“네?”

“17번이라고 불렀대요.”

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달이가 마지막에 자기 이름 적어달라고 했습니까?”

“맞습니다.”

“적으셨죠?”

“예.”

의사는 차트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듯 말했다.

“박미달 씨로 접수돼 있습니다.”

신애는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그때 병원 로비 쪽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허신애 씨!”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든 채 다가왔다.

“미용기술교육원 주소 확인됐습니다.”

“약은요?”

“쓰레기와 물품을 차량에 싣던 관계자 두 명을 확보했습니다. 안에 남아 있는 물건을 확인 중입니다.”

신애가 경찰관의 팔을 붙잡았다.

“CW-04.”

그러나 경찰관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현장 수사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사제 상자 확인했습니다. 흰색 무표기 상자고, 스티커에는 CW-04라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관의 표정이 굳었다.

“제품 확보해서 병원으로 바로 보내주십시오. 유리병과 성분표 전부요.”

스피커 너머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성분표는 없습니다.”

“제조사 표기는요?”

“없습니다.”

“남은 약물은?”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유리병은 전부 깨져 있습니다.”

신애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의사가 곧바로 말했다.

“그거라도 지금 당장 병원으로 보내주세요. 긴급 차량으로요.”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났다.

신애는 응급실 문을 바라보았다.

“찾은 거죠?”

“검사해봐야 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최대한 빨리 확인하겠습니다.”

신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보다 희망이 생겼다.

아주 작고 위태로운 희망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

세 시간 동안 신애는 복도에 혼자 서 있었다.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신애야.”

신애가 돌아보았다.

응급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간호사가 안쪽에서 손짓했다.

“환자분이 잠깐 의식을 찾았어요.”

신애는 달려갔다.

응급실 안에는 기계와 전선이 가득했다. 미달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슴에는 심전도 패드가 붙어 있었다.

신애가 가까이 다가가자 미달이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

“미달아.”

미달이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내 여기 있어.”

다시 한 번.

신애는 미달이의 손을 잡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생활관에 경찰 갔다. 안에 있던 사람들 다 찾았다.”

미달이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니 휴대전화도 찾았고, 교육원에서 약도 찾았다.”

미달이의 눈에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신애는 일부러 웃었다.

“니가 이겼다.”

산소마스크 안에서 미달이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신애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뭐라고?”

“미선…….”

“최미선 씨?”

미달이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경찰이 찾고 있다. 꼭 찾을 거다.”

미달이의 눈가로 눈물이 흘렀다.

신애가 손등으로 닦아주었다.

“말하지 마. 힘 빼지 마라.”

미달이는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도시락…….”

“노란 도시락?”

미달이가 눈을 깜빡였다.

“그것도 찾을게.”

미달이의 숨이 거칠어졌다.

신애는 더 가까이 몸을 숙였다.

미달이는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글씨를 쓰는 것처럼 신애의 손바닥 위를 긁었다.

ㅅ.

ㅣ.

ㄴ.

신애.

미달이는 신애의 이름을 쓰고 있었다.

“찾을게. 무조건 찾을게.”

미달이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미달아.”

신애가 다급하게 불렀다.

간호사가 모니터를 확인했다.

“괜찮습니다. 잠든 거예요.”

신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애…….”

미달이가 다시 눈을 뜨지 않은 채 불렀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 신애만 들을 수 있었다.

“응.”

“내 이름…….”

“박미달.”

신애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름다울 미에 통달할 달.”

미달이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좋은 이름이지?”

“응.”

신애가 울면서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름이다.”

미달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기계에서 일정한 소리가 이어졌다.

삐.

삐.

삐.

“신애야.”

“응.”

“우리 집…….”

“우리 집 가자. 병원 나가면 바로 가자.”

“된장국 끓여주라.”

“끓여줄게.”

“감자 많이.”

“감자도 많이 넣고, 애호박도 넣고.”

“고기도.”

“니 고기 넣으면 된장국 맛 이상하다 캤잖아.”

미달이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영주 와서 입맛 바뀌었다.”

신애는 미달이의 손을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

“다 해줄게.”

“진주도 같이 가자.”

“응.”

“엄마한테 니 요리 잘한다고 자랑할 기다.”

“그러자.”

“내가 영주서 친구 하나는 잘 만났다고.”

신애는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미달이의 손등에 입술을 댔다.

미달이가 손가락으로 신애의 뺨을 아주 조금 쓸었다.

“울지 마라.”

“안 운다.”

“거짓말.”

“니도 맨날 했잖아.”

“뭘?”

“안 아프다고.”

미달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 말 제일 많이 했다.”

신애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제 안 해도 돼.”

“아프다고 해도 되나?”

“응.”

“힘들다고 해도 되고?”

“응.”

“집에 가고 싶다고 해도 되고?”

신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을 말해도 돼.”

미달이는 산소마스크 안에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신애야.”

“응.”

“내 진짜 아팠다.”

그 말이 끝나자 신애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미달이의 차가운 손을 붙잡고 소리 없이 울었다.

미달이는 눈을 감은 채 잠시 웃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아프다고 말한 사람처럼.

잠시 뒤 의료진이 들어왔다.

“환자분 쉬게 해드려야 합니다.”

신애는 손을 놓지 않았다.

간호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상태가 안정되면 다시 들어오실 수 있어요.”

신애는 미달이의 귀 가까이 말했다.

“밖에 있을게.”

미달이는 눈을 감은 채 한 번 깜빡였다.

신애가 응급실 밖으로 나오자 경찰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투명한 증거물 봉투가 들려 있었다.

안에는 깨진 노란 도시락이 있었다.

뚜껑 한쪽이 갈라져 있었고, 검은색 글씨가 물에 번진 채 남아 있었다.

박미달.

잃어버리면 허신애에게 연락할 것.

신애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어디서 찾으셨어요?”

“미용기술교육원 입구 사물함에서 발견했습니다.”

경찰관이 말했다.

“안쪽에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습니다. 허신애 씨에게 남긴 것으로 보입니다.”

“볼 수 있어요?”

“증거물이라 원본은 드릴 수 없습니다. 사진으로 확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경찰관이 작은 디지털카메라의 화면을 내밀었다.

노란 도시락 바닥에 접힌 종이가 놓여 있었다.

미달이가 진주행 승차권과 함께 숨겨두려 했던 편지였다.

글씨는 급하게 눌러쓴 탓에 비뚤어져 있었다.

신애야.

내가 없어지면 니 잘못 아이다.

내가 니 말 안 듣고 간 기다.

그래도 니가 내 이름 좋은 이름이라 해준 거는 평생 안 잊을게.

혹시 엄마 만나면 내 영주서 밥 잘 묵고 살았다고 해주라.

거짓말 쪼매만 해주라.

신애는 마지막 문장을 읽지 못하고 디지털카메라를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언제 쓴 거예요?”

“종이 상태로 봐서는 생활관에 들어간 뒤로 추정됩니다.”

경찰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리고 이태구의 위치가 확인됐습니다.”

신애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 있어요?”

“삼우인력개발 사무실로 돌아갔습니다. 계약서와 장부를 태우려다가 현장에서 체포됐습니다.”

신애의 눈이 흔들렸다.

“잡았습니까?”

“예. 교육원 책임자와 생활관 관리자는 긴급체포했습니다. 운전기사는 자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럼 다 끝난 겁니까?”

경찰관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달이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다 잡혔잖아요.”

신애가 말했다.

“이제 약도 찾았고.”

“수사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도 미달이는 살 수 있는 거죠?”

그 질문에는 경찰관이 대답할 수 없었다.

응급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의사 두 명이 함께 나왔다.

한 사람의 손에는 CW-04라고 적힌 유리병이 든 증거물 봉투가 있었다.

의사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 더 굳어 있었다.

신애가 다가갔다.

“병원 검사실에서 1차 분석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대답하기 전 다른 의사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 해독할 수 없는 겁니까?”

“분석하고 나서 맞는 조치를 취할겁니다."

“그럼 살 수 있는 거죠?”

의사는 손에 든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미달이가 전에도 다른 주사를 많이 맞았어요.”

“그것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의사가 낮게 말했다.

“약물만 문제가 아니라 몸에 데미지가 너무 치명적입니다. 늦게라도.."

그 순간 응급실 안에서 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삐.

삐.

삐.

소리가 빠르게 이어졌다.

간호사가 문을 열고 소리쳤다.

“선생님! 박미달 환자 혈압 다시 떨어집니다!”

의사들이 응급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애도 따라가려 했지만 경찰관이 붙잡았다.

“미달아!”

문이 닫혔다.

붉은 불빛이 켜졌다.

문 너머로 의료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혈 준비해요!”

“외상외과 호출하세요!”

신애는 얼어붙은 채 문을 바라보았다.

약물 때문이 아니었다.

3호차에서 떨어질 때 생긴 상처만도 아니었다.

미달이의 몸 안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다른 손상이 있었다.

잠시 뒤 의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환자, 이전에 심하게 맞은 적 있습니까?”

신애는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이태구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대로 두면 죽어.

그리고 3호차에서 미달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이제 체포된 이태구와 운전기사뿐이었다.

응급실 안에서 긴 기계음이 울렸다.

삐――.

신애는 문을 두드렸다.

“박미달!”

문은 열리지 않았다.

“미달아, 내 밖에 있다!”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신애는 깨진 노란 도시락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갈라진 뚜껑 아래로 번진 미달이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박미달.”

아름다울 미.

통달할 달.

“박미달.”

이름만 부르면 돌아올 것처럼.

번호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면, 이번에도 눈을 뜰 것처럼.

하지만 응급실 문 위의 붉은 불빛은 오래도록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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