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이야기 목록박미달전: 집으로 가는 길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법

박미달전: 집으로 가는 길 · 2화

승합차는 한참을 달렸다.

미달이는 창밖을 보고 싶었지만 검게 선팅된 유리에는 자신의 얼굴만 비쳤다. 흰 블라우스, 빳빳하게 편 머리, 긴장해서 굳은 입술.

아침까지만 해도 꽤 영주 사람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보다는 어디론가 실려 가는 사람 같았다.

맞은편 여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손등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던 여자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손목을 감싸 쥐었다. 그 옆에 앉은 여자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목 아래로 붉은 반점이 번져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미달이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분도 오늘 처음 출근한 깁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저는 진주서 올라왔는데예. 어제 영주 처음 왔습니다.”

창문에 기대 있던 여자가 눈을 떴다.

그녀는 미달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처음인 티 내지 마.”

“예?”

“처음인 거 알면 더 시켜.”

운전석에서 이태구 실장이 백미러를 올려다보았다.

“뒤에서 자꾸 떠들면 멀미한다.”

미달이는 입을 다물었다.

괜히 분위기를 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첫날이었다. 어떤 회사든 처음에는 낯설 수 있었다. 직원들이 무뚝뚝한 것도, 휴대전화를 맡긴 것도, 차창이 검은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주에는 미달이가 모르는 방식이 많았다.

승합차가 멈춘 곳은 오래된 상가 건물 뒤편이었다.

좁은 골목 양쪽에는 음식물 쓰레기통과 빈 상자가 쌓여 있었다. 건물 정면에는 약국과 미용실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이태구 실장은 미달이들을 뒷문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계단 아래에는 꺼진 간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명진 피부건강 체험관.

‘피부’라는 글자는 반쯤 떨어져 나가 있었다.

“여가 회사입니까?”

미달이가 물었다.

“지점 중 하나야.”

“생각보다 간판이 작네예.”

“광고 안 해도 손님이 많아서 그래.”

이태구 실장은 익숙하게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연 여자는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에는 병원 이름도, 명찰도 달려 있지 않았다. 여자는 미달이를 보자 인사도 없이 턱부터 들어 올렸다.

“얘가 새로 온 애예요?”

“오늘 테스트해보고.”

“몇 살?”

“스물.”

여자의 손가락이 미달이의 뺨을 눌렀다. 손톱 끝이 차갑고 단단했다.

“피부 얇네.”

미달이는 고개를 뒤로 뺐다.

“뭐 하시는 겁니까?”

여자가 피식 웃었다.

“피부 보잖아.”

“말을 하고 만지셔야지예.”

이태구 실장이 미달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선생님이 전문가라서 그래. 긴장하지 마.”

미달이는 ‘선생님’이라는 말에 다시 여자를 바라보았다.

“의사 선생님입니까?”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흰 가운의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안쪽으로 걸어갔다.

이태구 실장은 미달이의 어깨를 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는 병원이 아니고 체험관이야. 의사까지 있을 필요는 없지.”

“아까 제품을 직접 써본다 안 했습니까.”

“맞아. 아주 간단해.”

미달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입구에는 낡은 소파가 있었고, 그 위에 중년 여자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종이컵에 커피를 마시며 미달이를 구경했다.

안쪽에는 커튼으로 가린 침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공기 중에는 소독약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어딘가에서 기계가 낮게 웅웅거렸다.

미달이는 그 소리를 듣자 이유 없이 배 속이 서늘해졌다.

“가방은 여기 놓고.”

흰 가운의 여자가 말했다.

“화장 지워요.”

“와예?”

“제품 효과 보려면 맨얼굴이어야지.”

미달이는 거울 앞에 앉았다.

화장솜과 클렌징 오일이 놓여 있었다. 아침에 정성껏 바른 립글로스를 닦아내자 입술이 금세 창백해졌다. 눈썹도 지우고, 얇게 바른 파운데이션도 닦았다.

거울 속 얼굴은 진주에서 보던 미달이와 같았다.

영주에 와서 달라질 줄 알았는데, 화장 몇 번 닦아내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얼굴이 남았다.

“다 했습니다.”

흰 가운의 여자가 미달이를 침대에 눕혔다.

천장에는 둥근 조명이 달려 있었다. 미달이가 움직일 때마다 빛이 눈동자를 따라왔다.

“오늘 뭐 하는 겁니까?”

“팔자주름하고 턱선.”

“저 팔자주름 없는데예.”

소파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이 웃었다.

“젊으니까 그렇지.”

“저 나이에는 뭘 해도 예뻐.”

“이런 애한테 해야 효과가 잘 보여요?”

아주머니들의 말에 흰 가운의 여자가 웃었다.

“젊은 피부는 반응이 빨라요. 오늘 직접 보시면 알아요.”

미달이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잠시만예. 정확히 뭘 하는 건데예?”

이태구 실장이 커튼 안으로 들어왔다.

“미달 씨.”

그의 목소리는 사무실에서보다 낮았다.

“일 시작하기 전에 설명했잖아. 제품 체험이라고.”

“제품이 뭔지는 안 들었습니다.”

“미용 앰플.”

“바르는 겁니까?”

대답 대신 흰 가운의 여자가 금속 쟁반을 끌어왔다.

쟁반 위에는 투명한 유리병과 일회용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미달이는 주사기를 보자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이건 못 합니다.”

이태구 실장이 앞을 막았다.

“왜?”

“주사 맞는다는 말 없었잖아예.”

“이게 뭐 수술도 아니고. 다들 하는 거야.”

“저는 싫습니다.”

“미달 씨.”

“안 합니다. 집에 갈랍니다.”

미달이는 가방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문 앞에 서 있던 남자 직원이 움직이지 않았다. 덩치가 큰 남자는 팔짱을 낀 채 문을 막고 있었다.

미달이는 이태구 실장을 돌아보았다.

“문 좀 비키라 하이소.”

이 실장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오늘 현장 예약이 미달 씨 포함해서 잡힌 거야. 지금 가면 손해가 커.”

“저는 주사 맞는다고 계약한 적 없습니다.”

“계약서 읽었잖아.”

“읽지도 못하게 바로 사인하라 했잖습니까.”

“내가 억지로 손 잡고 썼어?”

미달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태구 실장은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첫날부터 이러면 영주에서 일하기 힘들어. 회사가 학교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이건…….”

“오늘 일당 십만 원이야.”

십만 원.

미달이의 말이 멈췄다.

어머니에게 영주에서 돈을 벌어 보내겠다고 했다. 집도 밥도 주는 좋은 회사라고 말했다. 첫날부터 일을 그만두고 돌아간다면 어머니는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더 싫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밥부터 차려줄 것 같았다.

이태구 실장은 미달이의 표정을 읽었다.

“십만 원에 추가 수당도 있어. 아주머니들이 많이 계약하면 더 챙겨줄게.”

“위험한 거 아닙니까?”

“위험하면 여기 사람들이 이걸 하고 있겠어?”

그가 소파 쪽을 가리켰다.

중년 여자들은 미달이와 눈을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그들도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 이곳까지 왔을 것이다.

미달이는 주사기를 다시 바라보았다.

“진짜 문제없는 깁니까?”

이태구 실장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책임질게.”

그 말은 너무 빨리 나와서 오히려 진짜처럼 들렸다.

미달이는 결국 다시 침대에 누웠다.

흰 가운의 여자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이마에 밴드를 씌웠다. 차가운 솜이 오른쪽 뺨을 닦았다.

“양쪽 다 하는 겁니까?”

“한쪽만.”

“와 한쪽만 합니까?”

“비교해야 손님들이 효과를 보지.”

주삿바늘 끝에서 투명한 액체 한 방울이 맺혔다.

미달이는 눈을 크게 떴다.

“마취는 안 합니까?”

“금방 끝나.”

“저 주사 잘 못 맞는데예.”

“어린애처럼 굴지 마.”

바늘이 뺨에 들어왔다.

미달이는 비명을 삼켰다.

피부를 뚫은 바늘은 생각보다 깊이 들어왔다. 액체가 들어올 때마다 살 안쪽에 작은 돌멩이를 밀어 넣는 것처럼 뻐근했다.

미달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픕니다.”

“가만히 있어.”

“잠시만 쉬었다 하이소.”

“움직이면 멍들어.”

두 번째 바늘이 턱 가까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입 안쪽까지 저렸다. 혀끝에 쇠 맛이 났다. 미달이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흰 가운의 여자는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는 대신 미달이의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울면 붓기 올라와. 참아.”

“많이 남았습니까?”

“이제 시작했어.”

미달이는 천장의 둥근 조명을 바라보았다.

집을 나서기 전 신애가 블라우스 깃을 펴주던 일이 떠올랐다.

영주 사람 같다고 했다.

지금 신애가 자신을 본다면 뭐라고 할까.

왜 바보같이 누워 있느냐고 화를 낼까.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손부터 잡아줄까.

세 번째 바늘이 들어왔다.

미달이는 눈을 감았다.

잠시 뒤, 주사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됐어요.”

미달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 오른쪽이 무거웠다. 턱을 움직이자 안쪽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당겼다. 거울을 보니 오른쪽 뺨이 왼쪽보다 부풀어 있었다.

미달이는 손을 대려 했다.

흰 가운의 여자가 손목을 쳐냈다.

“만지지 마.”

“제 얼굴이 이상한데예.”

“붓기 빠지면 괜찮아.”

“입도 잘 안 움직입니다.”

“마취 성분 때문에 그래.”

“마취 안 했다 안 했습니까?”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커튼이 열리자 소파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어머, 진짜 올라갔네.”

“한쪽만 하니까 차이가 확 보인다.”

“스무 살짜리 얼굴에도 효과가 있네.”

흰 가운의 여자는 미달이의 턱을 잡고 얼굴을 좌우로 돌렸다. 미달이는 마치 진열대에 놓인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

“보이시죠? 이쪽이 시술한 쪽이에요. 턱선이 정리되고 볼륨이 올라왔죠?”

아주머니 한 명이 미달이에게 물었다.

“많이 아팠어요?”

미달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뺨 안쪽이 욱신거렸다. 눈물이 마르지 않아 시야가 흐렸다.

아주머니가 다시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줘요. 나도 해볼까 고민 중이라.”

미달이는 흰 가운의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태구 실장은 미달이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달 씨가 직접 말씀드려.”

그의 엄지손가락이 미달이의 어깨뼈를 천천히 눌렀다.

“어땠어요?”

미달이는 입을 열었다.

오른쪽 입꼬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쪼매…….”

이태구 실장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미달이는 말을 바꿨다.

“쪼매 따끔한 정도였습니다.”

“많이 아프지는 않았어요?”

아주머니의 눈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함께 들어 있었다.

미달이는 자신이 아프다고 말하면 이 여자가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오늘 일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는 영주에서의 첫날을 실패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안 아팠습니다.”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뺨보다 가슴 안쪽이 더 욱신거렸다.

아주머니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나도 해볼까?”

“젊은 애도 괜찮다잖아.”

“오늘 결제하면 할인해준다고 했지?”

흰 가운의 여자가 상담실 문을 열었다.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태구 실장은 만족한 표정으로 미달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거봐. 잘하잖아.”

미달이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뺨은 부어 있었고, 입꼬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조금 올라가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술이 모두 끝난 뒤 흰 가운의 여자는 봉투 하나를 건넸다.

미달이는 화장실로 들어가 봉투를 열었다.

만 원짜리 여덟 장.

팔만 원이었다.

미달이는 곧바로 이태구 실장을 찾아갔다.

“십만 원이라 안 했습니까?”

“맞아.”

“근데 팔만 원밖에 없습니다.”

“소개 수수료 이만 원 뗀 거야.”

“무슨 소개 수수료예?”

“내가 이 일 소개했잖아.”

미달이는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실장님이 회사 사람 아입니까?”

“회사도 수수료로 돌아가.”

“그라모 처음부터 팔만 원이라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미달 씨.”

이태구 실장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 바닥에서 처음 일하는 애가 팔만 원이면 많이 받는 거야. 다른 애들은 오만 원도 못 받아.”

“그래도 약속이 다르잖아예.”

“얼굴 시술도 공짜로 받았잖아.”

“제가 받고 싶다 했습니까?”

이태구 실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은 채 입에서 빼냈다.

“첫날부터 돈 따지는 애는 오래 못 가.”

“돈 벌러 일하러 왔는데 돈을 따져야지 뭘 따집니까.”

말을 뱉고 나서 미달이도 놀랐다.

진주에서는 어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이태구 실장은 잠시 미달이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성깔 있네.”

그는 봉투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미달이의 손에 얹었다.

“오늘은 내가 만 원 더 줄게.”

“그라모 구만 원 아입니까.”

“나머지는 교육비.”

미달이는 손바닥 위의 돈을 바라보았다.

실장은 이미 돌아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실장님.”

그가 멈췄다.

“다음에도 이런 일입니까?”

이태구 실장은 고개만 돌렸다.

“오늘 잘했으니까 더 좋은 데 보내줄게.”

“주사 맞는 일 말고예.”

“영주에서 돈 벌려면 몸 안 쓰는 일이 어디 있어.”

그 말을 남기고 실장은 밖으로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승합차 안에서 미달이의 오른쪽 뺨은 점점 뜨거워졌다.

손등에 주삿바늘 자국이 있던 여자가 미달이 옆에 앉았다. 그녀는 미달이의 얼굴을 보고 작은 생수병을 건넸다.

“마시지 말고 대고 있어.”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보여.”

미달이는 생수병을 뺨에 댔다.

차가운 물병이 닿자 통증이 더 선명해졌다. 미달이는 이를 악물었다.

“언니는 이런 일 오래 했습니까?”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 처음인 티 내지 말라 했잖아예.”

“나 언니 아니야. 스물하나야.”

“저보다 한 살 많으면 언니 맞지예.”

여자가 아주 조금 웃었다.

웃는 얼굴이 너무 지쳐 보여서 미달이는 더 묻지 못했다.

한참 뒤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받은 돈, 다 쓰지 마.”

“와예?”

“병원비로 나가니까.”

“이거 위험한 거 맞지예?”

여자는 앞자리에 앉은 이태구 실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달이의 손을 잡아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도망가.

미달이가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이태구 실장이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무슨 얘기해?”

여자는 미달이의 손을 놓았다.

“아무것도요.”

승합차가 미달이의 숙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넘은 뒤였다.

문을 열자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신애는 식탁 앞에서 두꺼운 중고 노트북을 보다가 미달이를 발견했다.

“왔어?”

미달이는 일부러 얼굴 왼쪽을 보이며 신발을 벗었다.

“어. 첫 출근이라 쪼매 늦었다.”

“어땠어?”

“괜찮더라.”

“무슨 일 했는데?”

“고객들 앞에서 제품 설명하고 그랬지.”

신애가 가까이 다가왔다.

미달이는 고개를 숙였다.

“밥 있나? 내 배고파 죽겠다.”

“너 얼굴 좀 봐봐.”

“와.”

신애가 미달이의 턱을 잡고 얼굴을 돌렸다.

오른쪽 뺨은 벌겋게 부어 있었고, 주삿바늘이 들어간 자리에 작은 피멍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신애의 표정이 굳었다.

“이게 뭐야?”

“아무것도 아이다.”

“누가 때렸어?”

“아니라니까.”

“그럼 왜 이래?”

미달이는 신애의 손을 밀어냈다.

“제품 체험 쪼매 했다.”

“무슨 제품을 얼굴에 주사로 넣어?”

“다 하는 기다.”

“누가 그래?”

“거기 선생님이.”

“병원이었어?”

미달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애가 가방을 들었다.

“가자.”

“어딜?”

“병원.”

“됐다.”

“이렇게 부었는데 뭐가 돼?”

“병원 가면 오늘 번 돈 다 나간다.”

“돈이 문제야?”

미달이는 신애를 노려보았다.

“니한테는 아닐지 몰라도 내한테는 문제다.”

말이 너무 날카롭게 나왔다.

신애는 가방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미달이는 곧 후회했지만 사과하지 못했다. 입을 움직일 때마다 오른쪽 뺨이 당겨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신애는 잠시 후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았다.

“일단 밥 먹어.”

식탁에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놓여 있었다.

미달이는 숟가락을 들었지만 입이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국물이 새어 나왔다.

신애는 아무 말 없이 휴지를 건넸다.

미달이는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었다.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라.”

“뭘?”

“내 얼굴 이런 거.”

“회사 그만둘 거야?”

“첫날인데 뭘 그만두노.”

“첫날부터 이러니까 그만둬야지.”

미달이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신애야.”

“응.”

“영주에서는 원래 이래야 돈 버는 거 아이가?”

신애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이 미달이를 더 불안하게 했다.

“내가 몰라서 그런 기다. 처음이니까. 담부터는 괜찮아질 기다.”

미달이는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오늘도 팔만 원이나 벌었다.”

“십만 원 준다며.”

미달이는 웃었다.

오른쪽 입꼬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수료 쪼매 떼갔다.”

“무슨 수수료?”

“다 그런 게 있다 카더라.”

신애는 미달이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미달아.”

“와.”

“너 그 회사 이름 다시 보여줘.”

미달이는 휴대전화를 꺼내려다 멈췄다.

휴대전화는 아직 이태구 실장이 가지고 있었다.

“아.”

“왜?”

“폰을 회사에 두고 왔네.”

“일부러 맡긴 거 아니야?”

“보안 때문에.”

신애의 얼굴에서 남아 있던 온기가 사라졌다.

그때 현관 밖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문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누군가 문 아래 틈으로 휴대전화를 밀어 넣었다.

미달이의 휴대전화였다.

신애가 먼저 일어나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달이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폴더를 열자 작은 액정에 새 문자 한 통이 떠 있었다.

발신자는 이태구 실장이었다.

내일은 오전 여섯 시까지 나와. 오늘보다 돈 되는 일이야.

잠시 뒤 사진문자 한 통이 따로 도착했다.

미달이가 시술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사진 속에서 흰 가운의 여자가 미달이의 뺨에 주사기를 꽂고 있었다.

신애가 사진을 보며 물었다.

“너 이거 찍는다고 허락했어?”

미달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진 아래에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오늘 아주머니들 계약 다 했어. 웃으면서 잘 말하더라.

그리고 잠시 뒤, 마지막 문장이 나타났다.

내일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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