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끝나기까지 12랩이 남아 있었다.
메이슨은 여전히 선두였다. 기록상으로는 완벽했다. 지수는 리타이어했고, 뒤따르던 3위와의 격차는 4초 이상 벌어졌다. 팀의 전략대로만 달리면 우승이었다.
하지만 메이슨의 손은 젖어 있었다.
장갑 안쪽으로 땀이 고였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발목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그는 계속해서 인이어를 의식했다.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팀의 지시를 듣지 못하면 더 위험했다.
무엇보다 그는 듣고 싶었다.
지수의 목소리가 또 무엇을 말할지.
사람은 증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그것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안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메이슨에게 지수는 언제나 그런 존재였다. 이기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사람.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 그러나 단 한 번만이라도 인정받고 싶은 사람.
“13번 코너 조심해. 바람 들어온다.”
재민이 말했다.
동시에 지수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거기서 넌 항상 겁을 먹어.”
메이슨은 입술을 깨물었다.
13번 코너는 산중 서킷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이었다. 완만해 보이지만, 진입각을 조금만 놓쳐도 차가 바깥으로 밀렸다. 안전 펜스 너머에는 낮은 콘크리트 벽이 있었고, 그 뒤로는 어두운 비탈이 이어졌다.
메이슨은 예선 때 이 구간에서 지수보다 0.2초 느렸다.
0.2초.
그 숫자는 사람을 죽이기에는 너무 작아 보였지만, 메이슨에게는 삶 전체를 갉아먹은 시간이었다.
“브레이크 포인트 그대로. 욕심내지 마.”
재민의 목소리.
“이번에도 질 거야?”
지수의 목소리.
“메이슨, 대답해. 상태 괜찮아?”
“괜찮아.”
메이슨은 짧게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그는 13번 코너에 진입했다. 평소보다 아주 조금 늦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밀렸다. 핸들이 손안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요동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려 했다.
그때 인이어에서 낮은 웃음이 들렸다.
“지금 lift 하면 넌 끝이야.”
lift.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
그 말이 이상하게도 명령처럼 박혔다. 메이슨은 발을 떼지 않았다. 타이어가 한계까지 버텼다. 관중석의 소음이 멀어졌다. 그의 시야에는 코너 출구와, 출구 너머의 직선과, 그 끝에 있을 1위 트로피가 겹쳐 보였다.
처음으로 가운데 자리에 서는 자신.
자신보다 낮은 곳에서 박수를 치는 장지수.
그때였다.
트랙 바깥쪽 안전 펜스 너머, 비어 있어야 할 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붉은 레이싱 슈트.
검은 바이저.
지수였다.
메이슨은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었다.
차가 미끄러졌다.
세계가 옆으로 기울었다.
재민의 비명과 지수의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충돌음은 생각보다 짧았다.
마지막 순간, 메이슨은 자신의 은색 헬멧 안쪽에서 아주 낯선 냄새를 맡았다.
타는 플라스틱 냄새.
그리고 누군가 귓가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
“이제 알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메이슨의 시야는 검게 접혔다.
그날 메이슨 뮐러는 처음으로 1위로 달렸다.
그리고 결승선을 보지 못한 채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