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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어 너머의 거인

메이슨전: 트로피 없는 레이서 · 2화

결승 당일,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에는 젖은 냄새가 배어 있었다. 메이슨은 그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마른 노면처럼 보이는 곳도 막상 밟아 보면 한순간에 배신할 수 있었다. 서킷은 사람을 속일 줄 아는 장소였다.

그는 피트 안쪽 의자에 앉아 오른손 장갑을 조였다. 손목 부분에 작게 수놓인 MASON이라는 글자가 낡아 있었다. 이 장갑은 그가 첫 국제 대회에서 2위를 했을 때부터 쓰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새 장갑을 권했지만 그는 버리지 않았다. 패배도 오래 들고 있으면 부적이 된다고 믿고 싶었다.

팀 매니저 한재민이 다가왔다.

“오늘 컨디션 어때?”

메이슨은 대답하지 않고 모니터를 봤다. 화면에는 스타팅 그리드가 떠 있었다. 1번 그리드 장지수. 2번 그리드 메이슨 뮐러.

재민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낮게 말했다.

“오늘은 기회가 있을 거야. 지수 쪽 차 세팅이 불안정하대. 후반부에 타이어가 먼저 죽을 수 있어.”

“그런 말 하지 마.”

“왜?”

“내가 이기려면, 걔가 망가져야 한다는 말 같잖아.”

재민은 입을 다물었다.

메이슨도 알고 있었다. 그는 지수가 망가지길 바랐다. 매번 지수가 완벽하게 달릴 때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가 실수하기를 바랐다.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치고, 코너 진입에서 밀리고, 라디오에 혼선이 오고, 피트 스톱에서 늦어지기를 바랐다. 그 생각은 너무 오래 마음속에 있었기에 이제는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됐다.

첫 코너에서 지수는 완벽했다. 메이슨은 그의 후미를 따라붙었지만 추월할 틈은 없었다. 두 대의 차량이 산중 서킷을 갈라 나갔다. 관중석의 함성은 헬멧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안에는 오직 엔진음, 호흡, 팀 라디오뿐이었다.

“페이스 좋아. 간격 0.8초.”

재민의 목소리였다.

메이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수의 뒤만 보았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지수의 차는 마치 길을 이미 알고 있는 짐승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10랩이 지났을 때, 일이 벌어졌다.

지수의 차가 7번 코너에서 크게 흔들렸다. 후미가 밀렸고, 타이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수는 가까스로 벽을 피했지만 곧바로 속도를 줄였다. 관제 화면에 노란 깃발이 떴다.

“지수 차량 이상! 지수 이탈! 메이슨, 네가 선두야!”

재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메이슨은 순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선두.

그 단어가 너무 낯설어서,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차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매번 눈앞을 가로막던 지수의 후미등도, 그 차가 만들어내던 공기의 벽도 없었다.

비어 있는 트랙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인이어에서 잡음이 끼었다.

치직.

처음에는 바람 소리 같았다. 그다음에는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였다. 메이슨은 핸들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그리고 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레이크가 빨라.”

메이슨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너는 항상 거기서 져, 메이슨.”

그는 이를 악물었다.

“재민, 라디오 확인해.”

“뭐?”

“라디오에 누가 들어왔어.”

“무슨 소리야? 채널 깨끗해. 문제 없어.”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됐다.

“선두로 달리는 법도 몰라?”

메이슨은 11번 코너 앞에서 브레이크를 조금 늦췄다. 차체가 흔들렸다. 타이어가 노면을 긁으며 비명을 냈다. 그는 간신히 차를 바로잡았다.

재민이 소리쳤다.

“무리하지 마! 지금 페이스 유지하면 돼!”

메이슨의 귀에는 다른 말이 겹쳐 들렸다.

“유지? 그래서 네가 평생 두 번째였지.”

그 순간, 메이슨은 처음으로 선두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앞에 아무도 없는 길은 자유가 아니었다.

도망칠 곳 없는 심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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